
ABS·ASA가 PLA보다 까다로운 진짜 이유: 수축
ABS는 식으면서 줄어듭니다. 수축률이 보통 0.3~0.5% 정도인데, 숫자만 보면 작아 보여도 문제는 "한꺼번에 균일하게" 줄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바깥 모서리는 공기에 닿아 먼저 식어 수축하는데, 안쪽은 아직 뜨거워서 그대로 있습니다. 이 온도 차이가 부품을 비틀고 잡아당기죠.
그 결과가 두 가지 대표 불량입니다.
- 워핑(warping): 모서리가 베드에서 들떠 위로 말려 올라가는 현상
레이어 분리(딜라미네이션·크래킹): 층과 층 사이가 충분히 붙지 못해 갈라지는 현상
경험적으로 폭 50mm, 높이 40mm를 넘어가는 부품부터 이 위험이 급격히 커집니다. 작은 키캡 하나는 대충 뽑아도 되지만, 손바닥만 한 케이스부터는 세팅이 곧 성공률입니다.
워핑·갈라짐을 막는 4대 레버
복잡해 보여도 조절할 손잡이는 네 개뿐입니다.
| 레버 | 핵심 목표 | 대표 설정 |
|---|---|---|
| 온도 | 층을 충분히 녹여 붙임 | 노즐 240~260℃, 베드 95~110℃ |
| 엔클로저 | 부품 전체를 천천히 식힘 | 챔버 40~60℃ 유지 |
| 접착 | 첫 레이어를 베드에 고정 | 브림 5~8mm + PEI/풀스틱 |
| 냉각 | 급랭으로 인한 수축 방지 | 파트 팬 0~20%, 1~5층 OFF |
이 네 가지가 서로 맞물려 돕습니다. 하나만 잘해서는 부족하고, 하나만 빠져도 워핑이 시작됩니다.
온도: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뜨겁게"
ABS 노즐 온도는 240℃에서 시작해서 240~260℃ 안에서 잡는 것이 무난합니다. 베드는 95~110℃가 표준입니다. 베드가 너무 낮으면 첫 레이어부터 들뜨니, 워핑이 잦으면 베드를 5℃ 올려보는 것이 빠릅니다.
미세조정 규칙은 외우기 쉽습니다. 층이 벗겨지거나 갈라지면 노즐을 5℃ 올리고, 블롭이나 거미줄(스트링)이 보이면 5℃ 내립니다. 층간 결합이 약할 때는 속도를 30~60mm/s로 낮추는 것도 같이 가야 효과가 납니다. 천천히 뽑아야 아래층이 식기 전에 다음 층이 얹혀 잘 붙습니다.
엔클로저: 사실상 필수입니다
ABS·ASA에서 엔클로저(밀폐 커버)는 선택이 아니라 사실상 필수에 가깝습니다. 목표는 챔버 안 공기를 40~60℃ 정도로 따뜻하게 유지해, 부품 전체가 위아래 온도 차 없이 천천히 식게 하는 것입니다. 다만 부품이 늘어질 만큼 더우면 안 되니, 유리전이온도보다는 충분히 낮게 잡습니다.
여기서 가장 흔한 실수가 보조 쿨링 팬이나 환기 팬을 세게 트는 것입니다. 챔버 열을 다 빼앗아가면 그 자체가 워핑 원인이 됩니다. 밀폐형 프린터를 쓴다면 보조 팬은 ABS·ASA 출력 중 끄는 쪽이 맞습니다.
엔클로저가 없는 오픈형 프린터라면 어떻게 할까요. 정식 챔버형 프린터로 바로 넘어가지 않아도 됩니다. 시중에 나온 텐트형 커버나 아크릴 박스형 엔클로저는 대략 몇만 원대부터 구할 수 있고, 자작으로 박스에 단열재를 덧대는 방식도 흔합니다. 핵심은 "외풍을 막고 챔버 열을 가둔다"는 것이라, 형태보다 밀폐가 우선입니다. 다만 베드 히터가 약한 보급형이라면 베드만으로는 챔버를 데우기 어려우니, 큰 부품은 작게 쪼개 뽑는 것이 더 현실적인 해법일 때가 많습니다.
ABS vs ASA: 설정은 닮았고, 차이는 '내후성'
자주 받는 질문이 "ABS 설정 그대로 ASA 써도 되나요"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거의 같습니다.
| 항목 | ABS | ASA |
|---|---|---|
| 노즐 온도 | 240~260℃ | 240~260℃ |
| 베드 온도 | 95~110℃ | 90~110℃ |
| 챔버 온도 | 40~60℃ | 약 50℃ |
| 출력 난이도 | 워핑 잦음 | 상대적으로 안정적 |
진짜 차이는 다 뽑은 다음에 드러납니다. ASA는 아크릴레이트 구조라 자외선과 날씨에 강합니다. 햇빛을 오래 받아도 변색(황변)되거나 약해지지 않죠. 반면 ABS는 부타디엔 성분이 자외선에 분해되면서 시간이 지나면 누렇게 뜨고 부서지기 쉬워집니다.
그래서 선택 기준은 단순합니다. 차량 외장 부품, 정원·간판, 야외 거치대처럼 햇빛을 받는 부품은 ASA, 실내에서 쓰는 기능성 부품은 ABS로 충분합니다. 출력 난이도도 ASA가 워핑이 덜한 편이라, 실외용이면서 까다로운 큰 부품이라면 ASA가 두 번 이득입니다.
바로 적용하는 추천 설정값 표
지금까지 내용을 한 장으로 모았습니다. 슬라이서에 그대로 옮겨 시작점으로 쓰시면 됩니다.
| 설정 항목 | ABS | ASA |
|---|---|---|
| 노즐 온도 | 240~260℃ (시작 240℃) | 240~260℃ |
| 베드 온도 | 95~110℃ | 90~110℃ |
| 챔버(엔클로저) 온도 | 40~60℃ | 약 50℃ |
| 출력 속도 | 30~60mm/s | 30~60mm/s |
| 첫 레이어 속도 | 15~20mm/s | 15~20mm/s |
| 파트 쿨링 팬 | 0~20% (1~5층 OFF) | 0~20% (1~5층 OFF) |
| 브림 | 외곽 5~8mm | 외곽 5~8mm |
| 레이어 높이 | 0.1~0.2mm | 0.1~0.2mm |
설정값 출처는 Prusa·Bambu Lab·Sovol 등 제조사 공식 가이드를 교차로 확인한 범위입니다. 프린터와 필라멘트 조합마다 5℃ 안팎 차이는 정상이니, 위 표를 출발점 삼아 미세조정하시면 됩니다.
증상별 트러블슈팅 한눈에
세팅을 맞췄는데도 불량이 나면 증상부터 보세요.
- 모서리가 들뜬다 → 브림 5~8mm 추가, 베드 +5℃, 첫 레이어 팬 끄기. 외풍이 닿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첫 레이어에 팬 바람이나 창문 바람이 닿는 것이 워핑 1순위 원인입니다.
옆면 층이 갈라진다 → 노즐 5~10℃ 올리고, 속도를 낮추고, 챔버 온도를 유지합니다. 식은 챔버가 범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 첫 레이어가 안 붙는다 → PEI 시트, ABS 주스(아세톤에 ABS 소량 녹인 것), 풀스틱 중 하나로 베드 면을 잡아줍니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만 당부드립니다. 개봉한 지 일주일 넘은 ABS·ASA는 습기를 먹어 품질이 떨어지니 건조 후 쓰시고, 출력 중에는 미세입자와 냄새가 나오므로 작업 공간 환기에 꼭 신경 쓰시기 바랍니다.
원리는 하나입니다. 천천히 식히고, 골고루 붙인다. 온도·엔클로저·접착·냉각 네 레버를 이 한 문장에 맞춰 두면 ABS도 ASA도 더는 무서운 소재가 아닙니다.